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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고 해서 매일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날은 캔버스 앞에 앉아도 무엇을 그려야 할지 떠오르지 않습니다.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지나가지만 막상 붓을 들면 손이 움직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쉽게 자신을 탓합니다.
'나는 왜 오늘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까?'
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시간만이 작가의 활동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림을 바라보고, 생각하고, 색을 고민하는 시간 역시 창작의 일부입니다.
오늘은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 날을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지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그림에도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꽃은 씨앗을 심었다고 바로 피어나지 않습니다.
땅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계절을 지나고, 적당한 햇빛과 비를 만나야 비로소 꽃을 피웁니다.
그림도 이와 비슷합니다.
새로운 작품을 시작하기 전에는 마음속에 여러 생각이 쌓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 어떤 색으로 이야기를 전달할지, 화면 속에 어떤 감정을 담을지 고민하는 과정이 있어야 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새로운 작품을 준비하는 중요한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붓을 들기 어려운 날에는 관찰부터 시작합니다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면 반드시 완성작을 만들려고 애쓸 필요는 없습니다.
작은 관찰부터 시작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창가에 놓인 꽃 한 송이를 바라보거나, 이전에 그렸던 작품을 다시 살펴보는 것입니다.
저는 꽃을 단순히 아름다운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으려고 합니다
.
꽃잎이 겹쳐지는 모습, 줄기가 뻗어가는 방향, 빛에 따라 달라지는 색에는 저마다 다른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러한 관찰은 다음 작품을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될 수 있습니다.
창작이 막힐 때 실천하면 좋은 작은 습관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날에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10분 동안 자유롭게 선을 그려봅니다.
잘 그리려고 하지 않고 종이 위에 선을 움직여 봅니다. 결과보다 손을 움직이는 과정에 집중하는 연습입니다.
둘째, 오늘 마음에 드는 색 세 가지를 선택합니다.
청록색, 아이보리, 붉은색처럼 마음이 끌리는 색을 골라 작은 종이에 조합해 봅니다.
색을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작품의 출발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셋째, 그림에 대한 생각을 짧게 기록합니다.
오늘 그리고 싶은 꽃은 무엇인지, 어떤 감정을 표현하고 싶은지 한두 문장으로 남겨봅니다.
이러한 기록은 시간이 지나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돌아보는 자료가 됩니다.
다른 사람의 속도와 비교하지 않기
그림을 그리다 보면 다른 작가의 작품과 활동을 접하게 됩니다.
누군가는 전시를 준비하고, 누군가는 새로운 작품을 발표합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만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모든 작가가 같은 속도로 성장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작품을 완성했느냐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얼마나 진실하게 표현하고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빠르게 피어나는 꽃도 있고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가 피어나는 꽃도 있습니다.
그림 역시 자신만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나에게로 가는 길은 오늘도 계속됩니다
제가 그림을 통해 표현하고 싶은 것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꽃과 여인의 모습만은 아닙니다.
꽃에는 생명과 희망을, 여인에게는 내면의 기억과 자아를 담고 싶습니다.
그렇게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은 결국 나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이 됩니다.
때로는 그림이 마음처럼 그려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조차 헛된 것은 아닙니다.
오늘 붓을 들지 못했다면 꽃 한 송이를 바라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작은 색 하나를 발견했다면 그것도 좋은 시작입니다.
그림은 언제나 완성된 모습으로만 우리에게 의미를 주는 것이 아닙니다.
그림을 향해 걸어가는 모든 순간이 나에게는 소중한 과정입니다.
나만의 방식으로 나의 길을 간다.
오늘도 그렇게 나에게로 가는 길 위에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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